일상_Lif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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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일기_20231110] 한 달 같은 한 주
한 달 같은 한 주가 지났다. 난청으로 인한 3주의 병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3주는 3일 같았고 이번 주는 한 달 같았다. 다행인 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내 소식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전만큼 일이 몰려들어오지는 않았다. 누구보다 양ㅇㅇ과 정ㅇㅇ형이 내가 빠진 구멍을 꾹꾹 눌러 채우고 있었다. 다시 출근을 하던 날 터졌던 현장 이슈를 굳이 나를 빼고 이메일을 돌리는 모습에서 찡한 뭔가를 느꼈다. 야심차게 Notion에 준비했던 Daily Review는 월요일 밖에 써보지 못했고, 내 업무 스타일을 바꿔보자며 작성했던 업무거절의 규칙은 그나마 열어보지도 못했다. 그저 밀려오는 일을 처리하느라 아둥바둥하다 한 주가 지나버렸다. 오늘이 쉬는 날이 아니었다면 오늘까지도 설계노트를 검토하고 발표자료를 작성..
2023.11.10 -
[난청일기_20231103] 완치는 아니지만
"완치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이 말이 딱 내 상태를 표할할 수 있는 문장이다. 오늘 회사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등산을 하고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 시끄러운 환경이 아니면 대화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다음 주면 병가를 마치고 출근해야 한는데, 나에게 가장 걱정인 것은 난청이 재발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계속한다면 또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우선 어제 만들었던 '업무거절의 규칙'을 지켜보자. 그 규칙을 적용해서 효과가 있는지 보고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꿔가면서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보..
2023.11.03 -
[난청일기_20231101] 난청은 왜 나에게 왔을까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었지만 2년 전부터 벽에는 균열이 가고 바닦은 기울기 시작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기억난다. 그 때 나는 초등학생이다. TV에 나오는 삼풍백화점의 무너진 모습과 생존자를 찾으려 무너진 콘트리트 더미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수색견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품백화점은 준공 5년만에 젠가 더미가 무너지듯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심지어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 커다란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도망치라는 메세지는 벽, 천장, 바닦에서 일찌감치 전해졌다. 나는 어떤가. 나 역시 메시지를 받고도 멈추지 않았던 건 틀림없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있었지만 '즐기면 몸에 좋다'라는 신념으로 피하지 않았다...
2023.11.02 -
[난청일기_20231024] 꾀
꾀가 난다. 아직 오른쪽 귀에 답답함과 이명이 남아있다. 하지만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진 상태이다. 귀가 달라진 것처럼 내 마음가짐도 변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날을 생각해보면 마음도 깜깜했다. 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두려움에 편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지금도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의 영향때문일 것이다. 마음은 편하다. 글을 쓰고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다. 수영을 제외하면 운동도 실컷 즐기고 있다. 꾀는 일주일에 세번 서울을 왕복해야 하는 치료에서 올라왔다. 기껏해야 5번 왕복, 총 10번의 고속버스를 탔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는 세종, 서울 왕복길에서 비장하고 간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서울에 도착하여 주사..
2023.10.25 -
[난청 일기_20231002] 갑자기 찾아온 난청
10월 2일, 갑자기 소리가 안 들렸다. 그날은 추석과 개천절의 사이에 끼어 있는 임시공휴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눈을 떴을 때, 오른쪽 귀가 꽉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삐~하는 소리와 함께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이명인가' 이명이라니 입사 5년차 즈음 모시던 팀장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팀장님은 회사에서 경주마처럼 온 힘을 다해 달리는 분이셨다. 회사에 있는 모든 시간동안 논쟁하고 설득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뇌와 입을 쉬지 않으시는 보기 드문 분이셨다. 그분이 40대 중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이명이 왔다고 하셨던 기억이 났다. 나 역시 최근 몇 달 간 내 능력을 넘어서는 업무와 회의, 전화, 발표에 시달리던 참이었다. '올 게 온건가...' 대수로웠지만 ..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