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일기_20231101] 난청은 왜 나에게 왔을까

2023. 11. 2. 12:03일상_Life/난청일기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었지만 2년 전부터 벽에는 균열이 가고 바닦은 기울기 시작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기억난다. 그 때 나는 초등학생이다. TV에 나오는 삼풍백화점의 무너진 모습과 생존자를 찾으려 무너진 콘트리트 더미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수색견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품백화점은 준공 5년만에 젠가 더미가 무너지듯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심지어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 커다란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도망치라는 메세지는 벽, 천장, 바닦에서 일찌감치 전해졌다.


나는 어떤가. 

나 역시 메시지를 받고도 멈추지 않았던 건 틀림없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있었지만 '즐기면 몸에 좋다'라는 신념으로 피하지 않았다. 마치 날카로운 창으로 찌르고 있는데 소리를 지르지 않고 버티고 있던 것 같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출근할 때에도, 머리가 식지 않아 뒤척이며 눈만 감고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에도 꾸역꾸역 수영가방을 들어 나섰다. 수영을 하면 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못 잔 잠을 보상받는 것처럼.

나를 바꿔야한다. 거절한 것은 거절하고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동료들에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 다른 팀 선배가 나에게 해외 협력사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요청했다고 해보자. 어떤 방법으로 거절하는 것이 좋을까? 

"선배님, 이 일은 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ㅇㅇㅇ에게 부탁해보시지요."
"선배님, 제가 마침 그 날에 다른 회의 일정이 있어서 발표는 어렵습니다."
"선배님,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다른 업무가 있어서 그 발표를 준비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그날 귀 치료를 받으러 가야해서요..."
"우선 우리팀 팀장님과 상의해 보시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딱히 맘에 드는 대답은 없다. 타고나길 거절을 못하는 입을 가지고 있다. 거절을 하고도 미안한 마음에 쫒아가서 번복하는 나이다. 거절의 규칙을 세우면 어떨까?

1.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가?
2. 이 일이 나에게 추가 되었을 때 야근을 해야 하는가?
3. 이 일은 단순 노동인가? 이 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은가?
4. 이 일은 촉박하여 나를 똥줄타게 하는가?

위의 예시에 대입해 보자. 1. Yes, 2. No, 3. No, 4. No
No가 3개 이므로 받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른 예에 대입해보자. 팀장님께서 품질보증 관련 문서작업을 시키셨다. 1. Yes, 2. No, 3. Yes, 4. No. 2개의 Yes가 나왔으니 이 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다. 판단은 나의 결정에 달려있다. 시간이 있다면 하는 것이 낫다. 또 다른 예에 대입해보자. 타른 팀 선배가 급하게 이번주까지 과제 관련 설계노트 QA 2건을 요청해왔다. 1. Yes, 2. Yes, 3. No, 4.Yes. 답은 Yes 3개로 거절하는 것이 낫다고 나왔다. 이럴 때, 이번 주는 시간이 촉박해서 할 수 없고 다음 달에 업무를 배정해야 한다고 말해보자. 

저 4가지 규칙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Notion에 추가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