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28|정유정
2023. 11. 1. 17:00ㆍ글쓰기_Writing/독후감_동후감_Book&Video Report
28,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야말로 넷플릭스 연재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첫 부분을 읽을 때는 이 책이 개에 관한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심을 알리려는 순수한 목적의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의 중반 이후로 개에 의해서 병이 퍼지고 심지어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는 장면에서는 좀비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나 '완전한 행복'보다 좀 더 SF에 가까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맨 뒤 쪽을 확인해보니 이 책의 1쇄가 발행된 시점이 2013년 6월 16일이다. 책에서 빨간 눈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인 '화양시'가 봉쇄되는 장면에서 나는 코로나 때문에 봉쇄되었던 중국 우한을 떠올렸다. 봉쇄가 발생하여 벌어진 일들에 대한 모사를 작가의 상상력이라기보다는 우한의 예에서 차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한 시점은 2019년 말이며, 우한이 봉쇄되었던 시점이 2020년 1월인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추측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실제 우한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상황들을 소설에 적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작가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도시가 어떻게 변할지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상상했던 것이 틀림없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로 나는 빨간 눈 바이러스를 누구보다 먼저 걸렸을 것이다. 급박하거나 쫓기는 상황에서 꽁꽁하지 못하게 무언가를 처리하는 성격 때문이다. 아마도 손을 깨끗이 씻지 않고 입과 코를 만지거나 마스크를 똑바로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빨간 눈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면역력을 가지고 살아남았다면 무엇보다도 식량과 물을 구하기 위해서 길거리로 나갔을 것이다. 처음에는 양심 상 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겠지만 법과 규칙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들이 저지르는 약탈과 도둑질을 서슴없이 따라 했겠지. 상황이 바뀌면 성격도 바뀌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니까.
그럴리는 없을테지만, 그래서도 안 되지만 만의 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기가 끊어지는 상황에서는 23층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쉽지 않으니 집안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부탄가스와 버너를 준비해야 한다. 쌀이나 라면이 준비되어 있다면 몇 달은 버틸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피곤한 상황이니 정신 건강을 위해 재난 상황 상상은 여기까지.
'글쓰기_Writing > 독후감_동후감_Book&Video Rep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 성실함을 버리면 병 안 걸린다 | 아보 도루 (0) | 2023.10.25 |
---|---|
[독후감] 바보 빅터 | 호아킴 데 포사다 (0) | 2022.01.17 |
[동후감] 담백하게 산다는 것 | 양창순 (0) | 2021.05.13 |
[독후감] 바이러스X (김진명) (0) | 2021.03.19 |
[독후감] 도모유키 (조두진) (0) | 2021.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