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일기_20231219] PM이 일을 해결하는가?

2023. 12. 19. 20:56일상_Life/PM일기

PM이 일을 해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PM이 아니다. PM은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전문가를 데려와서 해결하게 만든다. 그리고 최종 결정을 한다. 


2년 전,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설계안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 당시 나의 상사였던 PM은 회의에 항상 참석하기는 했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대신 전문가를 불러들여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게 독려했다. PM은 경험으로 보나 지식으로 보나 최고의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을까?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할 지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PM은 상위 0.1%의 두뇌를 가진 천재라고 장담할 수 있는 분이지만 본인의 분야를 벗어나게 되면 그저 옆집 아저씨일 뿐이다. 나라고 다를까.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PM을 맡게 된 이래, 가장 PM다운 일이었다. 나의 분야가 아닌 곳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했고 난 그 분야의 전문가를 발견하여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그 전문가의 팀장은 그 사람이 우리 과제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난 팀장을 설득하여 추진하게 만들었고 일을 착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보다 짜릿한 순간이 있을까. 

PM으로 세세한 일을 모두 내가 해결하면 안된다. 그저 큰 흐름을 보고 사람들을 독려하고 일이 잘 진행되도록 도로를 깔아줄 뿐이다. 그 도로가 갈라질 때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 있게 엉덩이를 밀어주는 일,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면 빠르게 후진할 수 있게 잡아당겨 주는 일, 동료들이 설계자로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게 힘을 주는 일이 내가 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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